베트남 화장품 시장을 가다
베트남 화장품 시장을 가다
요즘 가장 ‘핫’한 나라 ... 인구 70% 이상 30대 이하
역동적 경제 발전 ... 화장품 시장 성장률 연평균 15.8%
  • 임도이 기자
  • admin@bkn24.com
  • 승인 2018.09.06 2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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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남부지역이면 어디서나 쉽게 볼 수 있는 야자나무에 코코넛이 가득 열려 있다.
베트남 남부지역이면 어디서나 쉽게 볼 수 있는 야자나무에 코코넛이 열려 있다.

[뷰티코리아뉴스 / 베트남=임도이 기자] “기회의 땅이자, 모험의 땅.” “되는 것도 없고, 안되는 것도 없는 나라.” 바로 베트남을 두고 하는 말이다.

그 베트남이 요즘 지구상에서 가장 ‘핫’한 나라로 주목받고 있다. 그래서인지 찾는 사람도 많다. 지난해 기준 베트남을 찾은 한국 관광객은 241만명. 전년 대비 무려 56%나 늘었다. 올 들어서는 더욱 늘어 1~5월 기준 증가율이 전년 동기 대비 62%로 껑충 뛰었다. 같은 사회주의권인 중국 다음으로 많은 관광객이다.

잘 알려진 것처럼 베트남은 우리나라의 3위 수출국이다. 이같은 추세라면 오는 2020년 미국을 추월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베트남은 정치적으로도 관심이 높다. 올해 4월 열린 남북정상회담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베트남식 경제개혁’을 언급했고,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도 북한에 ‘베트남식 발전모델’을 제시했다.

 

베트남의 메콩강 지류에 야자나무가 즐비하다. 강변 주위에 사는 베트남사람들은 보는것처럼 나룻배가 주요 교통수단이다. 한 여성이 학교을 마친 초등학생 아들을 실어나르고 있다.
베트남 남부 메콩강 지류에 야자나무가 즐비하다. 강변 주위에 사는 사람들은 요즘도 나룻배가 주요 교통수단이다. 한 여성이 학교 수업을 마친 초등학생 아들(오른쪽 누워있는 아이)을 실어나르고 있다. 이들에게 화장은 사치에 가깝다.

 

김정은 위원장이 언급한 베트남, 곳곳이 공사현장 ... 음식점은 초만원

8월말 찾은 베트남은 역동의 현장 그 자체였다. 경제도시 호치민은 이미 건립된 초고층 건물 외에도 아파트 등 신축건물 공사장이 여기저기 널려 있었다. 이는 수도 하노이도 예외가 아니라고 동행한 가이드가 말했다.

 

베트남 호치민 시내에 위치한 초대형 음식점 전경. 이 음식점은 4인기준 테이블당 음식값이 한국돈으로 10만원을 넘지만, 늦게 가면 자리가 없을만큼 만원이다. 찾는 고객은 대부분이 현지인들이다. 앞쪽에 빈자리는 예약석이다.
베트남 호치민 시내에 위치한 초대형 음식점 전경. 규모는 상암동 월드컵구장을 방불케 한다. 음식점 내부에 1천평 규모의 연못이 2개나 있다. 이 음식점은 4인기준 테이블당 음식값이 한국돈으로 10만원을 넘지만, 늦게 가면 자리가 없을 만큼 만원이다. 찾는 고객은 대부분 현지인들이다. "매월 벌어들이는 수익의 90% 이상을 쓴다"는 베트남 사람들의 '통큰 소비성향'을 가늠할 수 있는 대목이다. 앞쪽에 빈자리는 예약석이다.

호치민 시내의 한 대형 음식점은 그 자체 크기만도 상암동 월드컵 구장을 방불케했다. 그런데도 빈자리가 없을 정도로 손님들로 꽉 들어찼다. 가이드는 “호치민에 이런 음식점이 3곳쯤 있다”며 “테이블당 음식값이 한국돈으로 10만원이 넘게 나오지만, 늦게 오면 자리가 없을 정도로 매일같이 사람이 붐빈다”고 전했다. 찾아오는 손님은 외국인도 간혹 있지만, 대부분은 현지인이다. 규모가 워낙 방대한지라 주문한 음식은 롤러스케이트를 타고 손님상에 배달된다.

호치민에서 끼엔장성(서남부 위치)으로 이동하는 도중에는 도로공사와 메콩강을 연결하는 대형 교량건설공사가 한창이었다. 몇년 후면 한국의 모습과 별반 다를 게 없을 것처럼 보였다.

 

‘오토바이 천국’ 자동차 보급도 급속히 늘어 ... 삶의 여유가 묻어나는 나라

‘오토바이 천국’으로 불리는 베트남은 요즘 자동차 보급도 급속히 늘고 있다. 이 나라에서 자동차를 구입하려면 세금까지 일시불로 내야 한다. 그래서 부담이 적지 않는데, 해마다 30~40만대의 신차가 팔리고 있다는 게 현지 가이드의 설명이다. 도로에 움직이는 차량의 대부분은 한국과 일본산이다. 도로위를 달리는 버스는 90% 이상이 현대차였고, 승용차는 일본의 도요타가 많았다. 간혹 벤츠 같은 고급차도 눈에 띄었다.

 

 

베트남의 1인당 국민소득은 지난해 기준 2385달러(약 265만원, 월평균 22만원)로 한국의 10분의 1 수준에 못미친다.  베트남은 중학교를 마치면 대부분 취업전선에 뛰어든다. 이들이 받는 한달 급료는 우리돈으로 20만원이 되지 않는다. 커피숍이나 음식점에서 일하는 종업원 중에는 이런 청소년들이 많다.

그러나 가는 곳마다 활기가 넘친다. 새벽 6시 동이 틀 무렵이면 평온한 밤의 적막은 여지없이 깨진다. 엄청난 규모의 오토바이 행렬이 차량과 뒤얽혀 순식간에 도로를 가득 메운다. 그 자체가 장관이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이지만, 인구 1억명을 눈앞에 둔 베트남의 하루는 그렇게 시작되고 그렇게 저문다.

 

호치민 시내의 한 야외커피숍에서 주문한 커피를 다 마시자, 여주인이 어린아이 머리만한 망고를 들고나와
호치민 시내의 한 야외커피숍에서 주문한 1000원짜리 커피를 다 마시자, 여주인이 어린아이 머리만한 망고를 들고 나왔다. "주문한 적이 없다"고 하자, "우리 가게를 찾아주어서 고맙다. 공짜다. 베트남 망고 맛 좀 보라"며 깎아주고 있다.

베트남을 방문할 때 또 하나 인상적인 것은 사람들의 표정이 밝다는 것이다. 정이 많고 친절한 것도 베트남 사람들의 특징이다. 베트남사람, 특히 남성들은 목소리가 매우 크다. 그렇다고 싸우는 게 아니다. 화를 내는 것도 아니다. 그냥 평온한 일상일 따름이다. 그 속에서 ‘삶의 여유’마저 묻어난다. 길거리에서 쌀국수를 파는 아주머니도, 오토바이 수리상의 점원도, 커피숍의 아르바이트생도, 택시 기사도, 등하굣길 어린 학생들의 모습도 정겹다.

 

냐짱의 해변가에 있는 한 수영장에서 관광객들이 물놀이를 하고 있다.
냐짱의 해변가에 있는 한 수영장에서 관광객들이 물놀이를 하고 있다.

그래서일까. 베트남을 방문하면 덩달아 기분이 좋아지고 이곳에 투자하면 큰 성공을 이룰 것 같은 ‘착각’마저 불러일으킨다. 이런 착각은 비단 기자만이 느끼는 것은 아닌 것 같다. 많은 한국인들이 기회를 찾아 베트남으로 들어오는 현실이 이를 방증한다.

 

사람도, 기업도 베트남으로 '몰빵' ... 삶의 질 향상, 화장품 관심 높아져

기업도 예외가 아니다. 한국은 2018년 5월 기준 누적 투자금액이 595억 달러에 이를 만큼 베트남 투자 1위 국가다. 현지 교민들에 따르면 베트남에 진출한 한국기업의 수는 이미 6000여개에 이른다. 2015년 두 나라 간에 체결된 자유무역협정(FTA)의 영향이지만, 중국 대신 베트남을 유망투자처로 선택하고 있다는 얘기다.

 

호치민 시내 한 예식장의 심야풍경.
호치민 시내 한 예식장의 심야풍경. 이런곳에서 결혼식을 하는 사람들은 고가 화장품 브랜드를 선호하는 부유층이다.  

실제로 베트남은 최근 10년간 연평균 경제성장률이 6%에 달할 만큼 활력이 솟구치는 나라다. 중산층 이상 인구 비율의 증가와 함께 산업구조가 제조업에서 유통업과 서비스업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면서 국가경제에 든든한 버팀목이 된 결과다. 일례로 과거에는 봉제와 섬유 같은 노동집약적 업종이 주를 이루었으나 요즘은 전기·전자·통신 등 선진국형 고부가가치 산업이 점차 자리잡아가고 있다. 무엇보다 베트남은 전체 인구의 70% 이상이 30대 이하다. 경제활동인구가 많다보니 에너지도 넘친다.

 

거주민의 50% 이상이 한국인이라는 호치민 푸미흥의 거리풍경. 많은 한국교민들이 이곳을 중심으로 비즈니스를 하고 있다.
거주민의 50% 이상이 한국인이라는 호치민 푸미흥의 거리풍경. 많은 한국교민들이 이곳을 중심으로 비즈니스를 하고 있다.

젊은 소비층의 증가와 경제적 활력은 자연스럽게 화장품에 대한 주목도를 높이고 있다.

기자가 방문한 최근의 베트남 화장품 시장은 아직 크게 활성화되지는 않은 모습이었다. 국민소득이 낮아 일부 부유층을 제외하고 경제적 여유가 없는 탓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베트남 화장품 시장에 대한 기대는 높아지고 있다.

 

K-뷰티 바람 .... “한국사람은 아줌마도 이쁘다”

우선 베트남 여성들에게 있어서 깨끗하고 하얀 피부는 선망의 대상이다. 베트남 여성들이 피부가 하얀 한국사람들을 좋아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나도 한국화장품을 쓰면 TV에서 보았던 연예인처럼, 저렇게 뽀얀 피부를 가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는 것이다. 일명 ‘ K-뷰티’ 바람이다.

한국에 본사를 둔 SNP화장품의 방성근 베트남법인장은 뷰티코리아뉴스와의 현지 인터뷰에서 “(베트남 사람들은) 한국사람을 보면 아줌마도 이쁘다고 한다”고 말했다.

베트남 여성들이 한낮 기온 35도를 넘나드는 무더위에도 긴팔의 옷을 입고, 자외선차단제나 화이트닝 크림 같은 미백제품을 선호하는 이유다.

 

8월말 베트남 냐짱의 해변 전경.
8월말 베트남 냐짱의 해변 전경. 대부분의 여성들이 자외선을 피하기 위해 긴팔의 겉옷이나 숄을 걸치고 있다.
한 여성이 따가운 햇볕을 가리기 위해 몸에 숄을 걸치고 냐짱의 해변을 걷고 있다.
한 여성이 따가운 햇볕을 가리기 위해 몸에 가벼운 숄을 걸치고 냐짱의 해변을 걷고 있다.

베트남은 열대기후 영향으로 오일프리(Oil-Free) 제품에 대한 선호도가 높고, 여성의 사회진출이 많아지면서 색조화장품 매출도 증가하고 있다. 오일제품은 오일 함량이 적은 제품, 색조화장품은 중저가 제품이어야 좋다. 

특히 가볍게 피부를 관리할 수 있는 스킨케어 제품((바디, 페이스, 핸드케어 제품류)은 전체 시장 매출의 20%를 넘어설 만큼 인기가 좋다.

 

베트남 화장품 시장 성장률, 글로벌 대비 3배 이상 높아

방성근 SNP화장품 베트남법인장이 뷰티코리아뉴스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방성근 SNP화장품 베트남법인장이 뷰티코리아뉴스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베트남 시장이 희망적인 또다른 이유는 성장률에 있다.

현재 베트남 화장품 시장 규모는 세계 51위로 글로벌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그리 높지 않다. 그러나 공식 통계로 9650만명에 달하는 인구가 상징하듯, 향후 시장 성장 가능성은 매우 높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 베트남 화장품 시장의 성장률은 글로벌 시장을 크게 앞서고 있다. 2011년 약 4억4000만 달러이던 것이 4년 만인 2015년 7억9000만 달러까지 증가했다. 이는 연평균 15.8%씩 성장한 것으로 비슷한 기간 세계 성장률 5.0%(2011~2016)보다 3배 이상 높은 것이다. 이같은 추세라면 올해 베트남 화장품 시장 규모는 12억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SNP화장품 방성근 베트남법인장은 “베트남의 1인당 국민소득은 2000달러 정도여서 고가 화장품은 부유층을 중심으로 소비가 되고 있지만, 5000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는 5년 후쯤에는 중산층이 두터워지면서 시장판도가 크게 달라질 것”이라고 낙관했다.

방 법인장은 그 일례로 고급 브랜드 제품 사용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는 점을 꼽았다. 지금은 가격이 저렴한 중저가의 스킨케어, 미백, 색조화장품, 마스크팩, 사워용품 등이 주로 판매되고 있지만, 고급 제품을 사용함으로써 자신의 외모가 더 예뻐지고 간접적으로 사회적 지위나 전문성을 나타낼 수 있다고 믿기 때문에 점점 고급브랜드 판매가 늘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화장품 주 소비층인 여성의 인구가 남성보다 많은 것도 매력적이다. 따라서 향후 여성들의 메이크업에 대한 인식과 교육수준 향상에 따른 정보습득량이 많아지면 자연스럽게 화장품 소비시장의 성장을 견인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베트남 화장품 시장, 해외 유명브랜드 주도

베트남의 고급 화장품 시장은 해외 유명 브랜드가 주도하고 있다. ‘시세이도(Shiseido)’, ‘유니레버(Unilever)’, ‘피앤지(P&G)’, ‘존슨앤존슨(J&J)’, ‘로레알(L`Oreal)’ 등 미국과 유럽 기업의 시장 점유율이 높다. 판매하는 화장품 비중도 수입품이 90%를 넘는다.

베트남에서 유독 해외 브랜드의 시장 점유율이 높은 이유는 중국처럼 원산지가 불분명한 위조제품의 유통이 많아 소비자들이 잘 알려진 브랜드 위주로 제품을 구매하기 때문이다. 해외 브랜드에 밀린 베트남 로컬 화장품은 대신 지방을 중심으로 저가에 판매되고 있다.

 

<베트남의 화장품 주요 수입 국가(단위: 천 달러)>

순위

국가명

2013

2014

2015

1

태국

29,519

28,533

29,436

2

한국

15,331

15,500

18,157

3

일본

6,783

9,621

13,311

4

프랑스

7,200

10,083

12,349

5

미국

6,451

10,474

12,284

6

중국

2,522

4,395

5,720

7

인도네시아

1,951

3,183

2,952

8

대만

1,856

722

1,849

9

말레이시아

1,748

2,083

1,786

10

이탈리아

1,103

1,074

1,426

총 수입액

83,742

94,524

106,991

주: 1) HS Code 3304류 기준(2016년 통계 집계 안됨), 2) 자료원: ITC

 

한국은 LG생활건강이 1997년 드봉(DeBon) 브랜드로 처음 진출해 대표브랜드인 오휘는 일찌감치 고급 브랜드로 자리잡았다. 오휘 브랜드 중에서도 줄기세포 배양액 성분의 ‘오휘더퍼스트’가 상류층에게 인기가 높다. 오휘는 한국으로 결혼이민을 온 베트남 여성들이 선호하는 브랜드이기도 하다. LG생활건강의 ‘더페이스샵(The Faceshop)’은 젊은 층에게 널리 알려져 있다.

‘미샤(Missha)’, ‘라네즈(Laneige)’, ‘이니스프리(Innisfree)’, 설화수(Sulwhasoo)’ 등과 같은 한국화장품은 일본의 ‘시세이도(Shiseido)’, 유럽의 ‘로레알’ 등 고급브랜드에 비하여 품질이 떨어지지 않고 오히려 동양인의 피부에 가장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밖에 비욘드, 스킨푸드, 네이처리퍼블릭, 에뛰드하우스, 토니모리, 잇츠스킨, 쓰리컨셉아이즈(3CE), VDL 등도 그동안 베트남 소비자들에 인기가 높았던 브랜드다.

 

<한국의 베트남 화장품 수출액 추이(단위: 천 달러, %)>

HS Code

품목명

2014

2015

2016

20171~10

3304.99

기타(기초화장품 등)

30,745

37,633

52,002

84,704

3304.10

입술 화장용 제품류

2,289

2,788

3,265

5,510

3304.20

눈 화장용 제품류

1,124

1,263

1,432

1,505

3304.91

가루(압축한 것인지에 상관없다)

1,324

1,638

1,778

1,461

3304.30

매니큐어용 제품류와 페디큐어(pedicure)용 제품류

316

297

380

296

-

총계 (증감률)

35,798

(14.2)

43,618

(21.8)

58,856

(34.9)

93,475

(101)

주: 1) HS Code 3304류 6자리 기준, 2) 자료원: 한국무역협회

 

주요 화장품 소비층은 20~30대 젊은 사무직 여성이고 색조화장품보다는 기초화장품 시장이 더 크다. 미백을 근간으로 하는 화장품이 전체 시장의 7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베트남 소비자들이 공통으로 선호하는 화장품은 한국을 비롯 프랑스, 일본 제품이다. 특히 한국산 화장품은 K-POP과 드라마 등에 의한 한류 영향으로 20~30대 젊은 소비자와 바이어들에게 가장 선호되는 제품 중 하나다. 한국 연예인들의 깨끗하고 생기있는 피부를 닮고 싶어서다. 

 

시장조사는 기본 ... 철저히 준비해야 실패확률 낮아

하지만 베트남 시장은 환상을 가지고 진출하면 실패할 확률이 매우 높다고 현지 관계자들은 말한다.

화장품전문지 뷰티코리아뉴스가 베트남의 호치민, 다낭, 냐짱, 달랏, 껀터, 끼엔장성(락자) 등 남부 지역을 중심으로 10여일간 현지 시장을 취재한 결과도 다르지 않다. 그 어느 곳도 붐비는 매장은 없었다.

 

방성근 SNP화장품 베트남법인장(오른쪽)이 호치민 푸미흥의 한 사무실에서 뷰티코리아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방성근 SNP화장품 베트남법인장(오른쪽)이 호치민 푸미흥의 한 사무실에서 뷰티코리아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베트남에서 12년째 거주하고 있다는 SNP화장품 방성근 베트남 법인장에 따르면, 현재 베트남 시장에 진출한 한국 화장품 브랜드(기업 포함)는 50여개. 이 가운데 현지에 매장을 오픈하거나 법인을 설립한 브랜드는 SNP화장품을 포함, 10여곳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현지 기업이나 개인에게 독점적 판권을 주는 방식으로 거래하고 있다.

화장품의 특성상 유동인구가 많은 번화가에 매장을 오픈해야 하는데, 이 경우 월 운영비가 임대료와 인건비를 포함, 최고 1만 달러에 달해 자본력이 취약한 기업은 버티기 어렵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방 법인장은 “30억원을 투자해 매장을 오픈해도 2~3개월을 버티지 못하고 떠나는 한국브랜드도 있다”며 “싼 인건비만 생각하고 진출하면 실패할 가능성이 그만큼 높다”고 조언했다.

 

베트남 남부 '껀터'의 중심가에 위치한 한 쇼핑몰에 LG생활건강의 '더페이스샵'이 입점해 있다. 반가운 마음에 인근의 롯데리아에서 음료를 마시며 1시간을 지켜보았으나, 찾는 손님이 없어 한산한 모습니다.
베트남 남부 '껀터'의 중심가에 위치한 한 쇼핑몰에 LG생활건강의 '더페이스샵'이 입점해 있다. 반가운 마음에 인근의 롯데리아에서 음료를 마시며 1시간을 지켜보았으나, 찾는 손님이 없어 한산한 모습니다.
베트남 남부 '껀터'의 중심가에 위치한 한 쇼핑몰에 LG생활건강의 '더페이스샵'이 입점해 있다. 반가운 마음에 인근의 롯데리아에서 음료를 마시며 1시간을 지켜보았으나, 찾는 손님이 없어 한산한 모습이다.

실제로 뷰티코리아뉴스가 돌아본 결과, 소규모 화장품 매장은 하루동안 1명의 손님도 찾지 않는 곳이 적지 않았다. 심지어 껀터 중심가의 한 쇼핑센터에 입점해 있는 LG생활건강의 더페이스샵(약 1.5평 규모) 매장은 유명 브랜드임에도 기자가 지켜본 1시간 동안 찾는 손님이 없었다. 그래서 더 따분했을까. 매장의 베트남 여직원은 손으로 입을 가리고 하품을 하는 모습도 목격됐다.

따라서 영세브랜드들은 베트남에 진출할 때 실속있게 소규모로 시작하고, 5년 정도 장기적으로 보고 시장을 다져야 한다는 것이 현지 관계자들의 말이다.

방 법인장은 “소비자를 직접 상대하는 판매방식은 유명 브랜드에서나 가능하다”며 “그래서 SNP도 현지 도매상을 늘리는 방식으로 시장을 키우고 있고, 2016년 4월 현지 법인을 설립한 이후 지금은 월 10만 달러 가까운 매출을 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베트남은 샵을 직접 여는 것보다 한 사람 한 사람 네트워크 방식으로 단골손님을 확보하고, 그러다보면 한 사람이 두 사람되고 네 사람이 된다”며 “그들이 제품을 써보고 자사 제품의 홍보대사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도 국민소득 5000불 시대(약 5년 후)를 바라보고 차근차근 대응하고 있다”고 전했다.

 

호치민에 있는 한 화장품 가게 내부 전경. 이 매장의 주인은
호치민에 있는 한 화장품 가게 내부 전경. 이 매장의 주인은 "매장을 직접 찾는 손님은 하루 1~2명에 불과하다"며 "주로 인터넷이나 페이스북 주문을 통해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고 말했다.

 

참고로 과거 베트남은 로드샵이나 마트내 임대매장 등에서 화장품을 주로 판매했으나 지금은 재래시장 등 전통 점포에서도 판매한다. 개인 매장을 열어 생활필수품으로 자리잡은 기초화장품을 판매하는 곳도 점차 증가하는 추세다.

특히 베트남은 이미 화장품을 경험한 사람들의 추천에 의해 제품을 선택하는 경향이 있으며 요즘에는 온라인쇼핑, TV홈쇼핑, 그리고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같은 SNS를 통한 거래 비중도 높아지고 있다.

SNS를 통해 거래를 할 때는 블랙컨슈머와 같은 악성 고객을 주의해야 한다. 이들이 부정확한 정보를 퍼뜨리면서 큰 피해를 입을 수도 있어서다. 이런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객관적이고 검증된 정보를 제공하면서 누구나 정보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노력을 동시에 기울여야 한다.

 

지역별 · 피부 타입별 제품 선호도 달라 ... 시장 진출시 반드시 고려해야

호치민시에서 승용차로 6시간을 달려 도착한 베트남 끼엔장성의 도시 '락자'에 위치한 재래시장 전경. 이곳에서도 화장을 한 여성들의 모습을 찾아보지 못했다. 일부 여성들이 자외선차단제를 활용하는 정도다.
호치민시에서 승용차로 6시간을 달려 도착한 베트남 끼엔장성의 도시 '락자'에 위치한 재래시장 전경. 이곳에서도 화장을 한 여성들의 모습을 찾아보지 못했다. 일부 여성들이 자외선차단제를 활용하는 정도다.

베트남에서 화장품 사업을 하고 싶다면 현지인들의 피부 및 현지 기후 역시 고려해야 할 중요 체크 포인트다.

우선 베트남은 남북으로 길게 늘어선 지형(남북길이 1650km)을 갖고 있어 지역별 기후차가 매우 크다.

호치민이 위치한 남부 날씨는 대체로 더운 날과 우기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지만, 수도 하노이가 있는 북부는 4계절이 비교적 뚜렷하다. (뭔 뚱딴지 같은 소리냐고 할지 모르지만) 북부 산간지대는 겨울에 눈이 내리는 곳도 있다.

 

'달랏' 중심가에 위치한 호수공원 주변 전경. '달랏'은 해발 1500M 고산지대에 위치, 1년 내내 한국 초봄날씨처럼 쌀쌀한 날씨가 계속되고 숲에 자라는 나무의 80% 정도가 소나무로 구성돼 있다.
'달랏' 중심가에 위치한 호수공원 주변 전경. '달랏'은 해발 1500M 고산지대에 위치, 1년 내내 한국 초봄 날씨처럼 쌀쌀한 날씨가 계속되고 숲에 자라는 나무의 80% 정도가 소나무로 구성돼 있다.

특히 해변 관광도시 냐짱에서 자동차로 3시간을 달려 도착한 ‘달랏’이라는 도시는 베트남 동남쪽에 위치해 있지만, 일반적인 베트남 날씨와 큰 차이가 있다. 해발 약 1500M 고산지대(일부는 1600M 이상)에 위치한 탓에 1년 내내 한국의 초봄 날씨처럼 쌀쌀하다. 구름 아래 걸려있는 듯한 도시는 시도 때도 없이 비가 내리고 밤에는 두터운 이불을 덮지 않으면 잠을 이를 수 없을 정도다. 기자가 8월말 ‘달랏’을 방문했을 때 일부 현지인들은 파카 점퍼와 털모자를 착용하는 경우도 있었다.

따라서 베트남에 진출할 때는 현지 기후에 적합하고 현지인의 피부 타입에 잘맞는 제품을 수출해야 부담이 적다. 한국인에게 잘 맞는 제품일지라도 지역별로 체질이 다른 베트남 사람에게는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다.

 

(참고로 달랏은 프랑스 식민지 시절 힐 스테이션으로 개발된 도시여서 유럽(프랑스)풍의 고급스러운 건축물이 숲속의 언덕 곳곳에 들어차 있다. 사방 어디를 둘러보아도 마치 한 폭의 그림처럼 아름다운 자태를 뽐낸다.

통역을 담당한 가이드는 “달랏은 아름다운 도시다. 외국인들이 많이 살고 생활수준도 중산층 이상”이라며 “한국 화장품이 들어오면 잘 팔릴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베트남은 다민족 문화여서 소비성향에도 차이가 있다. 지역별 문화와 소비성향을 파악하고 접근하는 것이 좋다.

베트남은 어디를 가나 오토바이 천국이다. 그만큼 유동인구가 많다. 그러나 그 오토바이 행렬을 보고 “저들이 모두 소비자”라고 생각하면 착각이다. 지역별 소득차를 고려해야 한다. 베트남 국민들의 1인당 평균소득은 작년 기준 연간 2385 달러지만, 하노이와 호치민은 5000 달러를 넘어선지 오래다. 국민소득 5000 달러를 넘어서면 항공기 여행을 한다. 이는 생산기지에서 소비시장으로 변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이는 일부 지역에 한정되는 이야기다. 대다수 국민들에게 고가 화장품은 아직 부담이다.

 

베트남은 기회의 땅인가? ... 심각한 부패사슬, 사회발전 장애물

베트남에서 사업을 하면서 1당 지배체제라는 점은 참고사항이다. 억압적인 지배체제 덕분에 치안 등은 안정돼 있으나 급여가 적은 공무원들의 부패는 심각한 수준이다.

베트남 호치민에서 숙박업을 했다는 한 교민은 “하루는 세무공무원, 하루는 경찰, 하루는 구청공무원, 이런식으로 찾아와 삥을 뜯어간다”며 “(뇌물을) 상납하면 안되는 일도 되고, 법적으로 문제가 없는 민원도 돈을 주지 않으면 틀어지는 경우가 많다”며 “그래서 베트남은 안되는 것도 없고, 되는 것도 없는 나라”라고 귀띔했다. 그는 지금 호텔업을 접었다.

이런 부패의 사슬은 결과적으로 베트남 사회발전의 커다란 장애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베트남에서 만난 한 20대 여성은 “우리는 하루 하루 열심히 일을 하고 있는데, 높은 사람들은 돈을 다 빼먹는다. 그래서 도로나 교량을 건설하면 언제 완공할지 모른다”며 “보복을 당할까봐 항의도 못한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아시아축구 4강 진출, 경제성장률 세계 2위 등 베트남은 여러면에서 이목을 끈다. 그러나 이면에 숨겨진 이런 모습은 참고할만하다.

“과연 베트남은 기회의 땅인가?”

 

이미지 출처=구글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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