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 현장] 이니스프리 매장 일일 알바 체험 "얕봤다가..."
[화요 현장] 이니스프리 매장 일일 알바 체험 "얕봤다가..."
고객 인사 쑥스럽고, 카운슬링은 버벅대고, 5시간 체험 고작 1500원어치 팔고, 다리는 뻐근
  • 김아연 기자
  • admin@bkn24.com
  • 승인 2013.04.02 09: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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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품 판매 알바? 그게 뭐가 어려워? 말만 잘해서 화장품 팔면 되는 거 아냐?”

화장품 매장에서의 판매에 대한 기자의 솔직한 생각이었다. 카운슬링이라는 것을 할 뿐, 기본적으로 빵집이나 마트 캐셔와 다를 바가 없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래서 뷰티코리아뉴스가 야심차게 기획한 화장품 판매 현장체험도 당연히 쉬울 거라고 생각했다. 정말 당당하게 먼저 하겠다고 말하고 실행에 돌입했다.

그러나 실상은 만만치 않았다. 그래도 평소에 불친절하다는 말은 듣지 않고 살아왔다고 자부하는 기자가 타인에게 무조건 친절하게 대한다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웠다. 카운슬링 역시 마찬가지였다.

자신의 일에 대해서만 힘들다고 불평할 줄 알았지 타인의 직업이, 특히 손님을 친절히 응대하는 직업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가를 몸으로 느끼면서 실수투성이 체험기를 통해 여러분을 화장품 매장으로 안내한다.

 

◆ 쑥스러운 첫인사, "환영합니다.~~"

기자가 첫 번째 화장품 판매 현장체험지로 택한 곳은 이니스프리 노량진점.  부끄러울 것까지는 아니지만 기자는 대학교를 졸업하고 취직을 준비하던 시절, 별다른 목적의식 없이 노량진에서 9급 공무원을 준비한 적이 있다. 때문에 그곳 상권의 특수성을 나름대로 잘 파악하고 있다고 판단, 노량진 지역의 브랜드숍을 선택하게 됐다.

오후 2시쯤, 늦은 점심을 먹고 이니스프리 노량진점에 들어갔다. 사전에 미리 양해를 구한 상태였긴 했지만 처음 만나는 직원들과의 첫인사는 왠지 쑥스러웠다.

처음 교육을 받은 것은 인사였다. 이니스프리의 인사는 “환영합니다. 자연가득한 이니스프리입니다”, “감사합니다. 자연가득한 이니스프리였습니다”로 비교적 간단한 인사말이었다. 그러나 막상 손님이 들어오면 그 간단한 인사말도 잊어버리기 일쑤였다. 멘트 자체가 어려운 것이 아니라 누군가를 환영한다는 쑥스러움이 컸던 탓이다.

◆ 제품 설명, 역시 써봐야 안다

인사말을 알려준 직원은 기자에게 화장품을 직접 발라보고, 어떤 제품인지 설명을 읽어보라고 알려줬다. 직접 발라봐야 그 제품이 어떤 제품인지 알 수 있으며, 사용감 등을 몸으로 체감해 고객에게 카운슬링할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출시된 신제품 위주로 교육을 받고있던 기자는 4월 1일 출시된 ‘자연발효 에너지 에센스’와 ‘에어스킨핏 BB’를 발라봤다.

 

‘자연발효 에너지 에센스’는 겉으로 봤을 때, 스킨인가 싶을 정도로 투명한 액체가 담겨 있었지만 손등에 떨어뜨려보니 에센스였다. 기존에 펌핑용기에 담긴 에센스 제품을 자주 쓰던 기자는 에센스가 스킨용기에 담겨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역시 써보지 않으면 모른다는 직원의 말이 실감났다.

‘에어스킨핏 BB’는 왜 CC가 아닌 BB였을까라고 생각했지만 막상 발라보니 커버력 면에서 CC보다 뛰어난 것은 물론 바르고도 두껍거나 답답하다고 생각되지 않았다. 오히려 이니스프리를 자주 애용하는 10~20대 초반 여성 중 지성이거나 유분기가 많은 사람들은 CC보다 ‘에어스킨핏 BB’를 사용하는 편이 더 낫겠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 잡무, 그러나 중요한 일이다

노량진은 주 고객층은 대부분 인근 학원생으로 일정한 구매시간이 있었다. 바로 학원 수업이 끝나는 시간과 중간 식사시간이다. 따라서 이 시간대를 제외하고는 선물박스를 접는다거나 화장솜을 자르는 등의 잡무를 했다. 우리가 보통 화장품을 사고 받는 샘플도 보통 때에는 OPP용지에 따로 포장을 하고 본사에서 들어온 물건들도 정리하지만 이날은 샘플이나 물건이 없어 할 수 없다고 직원들은 설명했다.

 

선물 포장 박스는 녹색뚜껑에 이니스프리 로고가 박힌 상자로 초등학생이 종이접기를 하듯 접는 나와 달리 직원들은 뚝딱 뚝딱 두 번에 금세 만들어냈다.

안에 속지를 넣는 것도 마찬가지였다. 안에 들어가는 속지도 직원들이 직접 잘라서 넣는 것이었는데 내가 왼손잡이인걸 감안하더라도 직원들의 속도는 거의 달인의 경지였다.

선물박스를 접고 나서는 화장솜을 자르는 일을 했다. 기존의 화장솜을 4등분을 해서 매니큐어나 색조화장품이 있는 곳에 채워놓아야 했는데, 정말 쉴 틈이 없었다. 벌써부터 잡무는가 고되다.

◆ 카운슬링, 얼굴부터 환하게 펴라

어느 정도 시간이 가고 손님들이 하나 둘 들어오기 시작했다. 자신있게 인사를 하고 필요한 것이 있냐고 물었지만 막상 고객들이 질문을 해오니 입이 잘 떨어지지 않았다. 제품 출시기사나 제품에 대한 기사들을 많이 썼고, 내용도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말이다.

처음엔 제품이 대충 어디에 있는지를 알려주고, 직원들에게 카운슬링을 해달라고 부탁했던 나는 직원들이 하는 말을 유심히 지켜봤다.

그러던 중, 매장의 매니저가 조심스럽게 다가왔다. 그녀는 나에게 “기자님, 표정을 조금만 밝게 해주세요”라고 부탁했다. 처음 하는 일에 긴장한 탓도 있었지만 내 얼굴이 지나치게 경직돼 있었던 것이다.

 

직원들이 카운슬링하는 모습을 보고, 어느 정도 자신감이 붙은 나는 직접 카운슬링에 도전해보기로 했다. 마침 들어온 남자 고객은 남녀 공용으로 쓸 수 있는 에센스 제품 중 순한 제품을 추천해 달라고 했고, 나는 봄이니까 수분감이 좋은 ‘그린티 씨드 세럼’을 써보는 것이 어떻겠냐고 말했다.

남자 고객은 한참을 망설이더니 먼저 ‘7Days’ 제품을 써보고 결정하겠다고 답했다. ‘7 Days’는 미니 사이즈의 제품으로 일반적인 샘플보다 큰 용량이다. 고객들이 7일간 제품을 사용해 보고 자신의 피부에 맞는지를 판단할 수 있게 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으로 스킨과 로션은 1000원~1500원 선, 에센스와 크림은 1500원~2000원 선에서 판매되고 있다.

피부 적합성을 먼저 따져볼 수 있고, 가격도 합리적인 수준이기 때문에 노량진에서는 ‘7Days’ 제품을 구매하는 비율이 높았다.

또, 실속을 중시하는 이곳 고객들의 특성상 대용량 클렌징 폼 제품이나 1+1제품들도 잘 나가는 편이었으며, 기존 이니스프리의 베스트셀러 제품인 ‘화산송이팩’과 ‘그린티씨드세럼·크림’ 등도 반응이 좋았다.

새로 나온 틴트 립스틱도 광고효과 때문인지 구매 비율이 높았다. 매장 직원에게 물어보니 립스틱은 지난달에 없어서 못 팔았을 정도라고 답했다.

두 번째 카운슬링 상대는 중년 여성이었다. 이 여성은 지난달 선크림 1+1행사가 끝난 것을 모르고 왔다가 난감해하는 모습을 보였다. 선크림 행사는 끝났다고 안내를 하고 나서 이니스프리 제품을 자주 쓰시냐고 물어봤더니, 제품력도 괜찮고 아모레제품이라 믿음도 간다고 말했다. 그러나 선크림 1+1 구매를 생각하고 왔던 이 여성은 결국 제품을 구매하지 못하고 돌아갔다.

5시간 동안 체험을 한 결과, 이날 내가 판매한 제품의 총 가격은 1500원이었다. 화장품 판매를 우습게 봤던 기자는 참담한 실적이라는 대가를 톡톡히 치렀다. 게다가 고작 5시간 서 있었을 뿐인데 집에 오니 다리도 뻐근했다. 이제는 누가 나에게 화장품 판매직에 대한 생각을 물어본다면 '정말 대단한 일'이라고 말하고 싶다. 그저 돈을 벌기 위해 남에게 웃고, 제품에 대해 말해주는 것이 아닌 그들만의 자존심과 긍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아름다움을 디자인하는 뷰티코리아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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