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모레퍼시픽미술관, 고미술 기획전 '조선, 병풍의 나라' 개막
아모레퍼시픽미술관, 고미술 기획전 '조선, 병풍의 나라' 개막
조선시대 궁중과 민간의 다양한 병풍 한 눈에 ... 국내 10여개 기관 및 개인소장 병풍 76점 전시
  • 박원진 기자
  • admin@bkn24.com
  • 승인 2018.10.05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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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티코리아뉴스] 아모레퍼시픽미술관(관장 전승창)이 10월 3일부터 12월 23일까지 조선시대에 제작된 다양한 병풍을 한 자리에 모은 기획전 [조선, 병풍의 나라(Beyond Folding Screens)]가 신용산아모레퍼시픽미술관에서 개최한다.

기획전 《조선, 병풍의 나라》는 궁중과 민간에서 제작하고 사용한 병풍의 종류와 특징을 조명하는 동시에, 다양한 그림 속에 담긴 이야기와 오늘까지 우리 생활 속에서 차지하고 있는 의미를 찾아보고자 한 것이다. 나아가 공간을 나누고 분위기를 연출하며 갖가지 의례와 행사에 사용되던 병풍이 갖는 가치와 조형적인 멋까지도 함께 살필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아모레퍼시픽미술관 전승창 관장은 “4~5미터의 장대한 화면이 펼쳐지는 병풍은 조선을 대표하는 가장 커다란 전통 회화이지만 오히려 병풍 자체를 조명한 전시나 연구는 드물었다”며 “이번 전시는 병풍이 유행했던 조선시대의 작품을 비롯하여, 전통을 잇는 근대의 몇몇 작품을 한 자리에 모아 전통문화의 가치와 의미를 재발견하고, 그 속에 담긴 이야기를 살펴보기 위하여 기획되었다”고 말했다.

# 전시장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금강산도10폭병풍>(개인)을, 해외 문화재 환수 일환으로 2013년 국내에 돌아온 <해상군선도10폭병풍>(아모레퍼시픽미술관)을 연이어 만나볼 수 있다. 그 밖에도 아모레퍼시픽미술관이소장하고 있는<고종임인진연도8폭병풍>을 비롯하여, 보물 제 733-2호 <헌종가례진하도8폭병풍>(경기도박물관), 보물 제 1199호 <홍백매도8폭병풍>(개인), 서울시 유형문화재 제 170호 <전이한철필어해도10폭병풍>(서울역사박물관), 서울시 유형문화재 제 176호 <기성도8폭병풍>(서울역사박물관), 경기도 유형문화재 제 192호 <요지연도8폭병풍>(경기도박물관) 등 보물 2점과 지방문화재 3점을 포함하여 국내 10여개 기관과 개인이 소장하고 있는 개성 강한 대형의 병풍 76점과 액자 2점을 8개의 전시실에 나누어 펼쳐 보인다.

전시도록은 국내외 미술사 분야 전문가 30 여분의 참여로 제작되었는데, 전체 출품작품 이미지, 도판해설과 함께 21명의 국내 및 해외의 대학, 기관 등의 연구자들이 관람객의 눈높이에 맞추어 새롭게 집필한 아티클을 수록하는 등 병풍 전반에 관한 다채롭고 재미있는 내용을 담았다. 주최측은 전시 도록을 통해 우리의 전통미술이 생소한 사람들도 병풍에 흥미를 느끼고 쉽게 이해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미술관은 관람객의 작품감상에 도움을 주고자 모바일어플리케이션 ‘APMA 가이드(APMA GUIDE)’를 개발하여 무료로 운영한다. ‘APMA 가이드’는 모바일을 활용한 새로운 개념의 전시 가이드이다. 오디오 해설과 상세 이미지 제공, 이미지 확대는 물론, 전시작품과 관련된 인터넷 정보 및 검색 기능을 직접 연결하였고, 인스타그램 등에 바로 접근 가능하게 설계한 것이 특징이다. 여기에 미술관 웹 페이지 링크를 제공하여 아모레퍼시픽 본사 1층의 apLAP(전시도록 라이브러리)에 있는 전시도록과 아트샵에서 구매 가능한 연관 상품 정보도 확인할 수 있다.

전시연계 프로그램, apLAP(전시도록 라이브러리) 소장 병풍관련 자료, 아트상품, 이벤트 등 전시 전반에 대한 정보는 아모레퍼시픽미술관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아모레퍼시픽미술관은 고미술 기획전 '조선 병풍의 나라'를 개막했다.
아모레퍼시픽미술관은 고미술 기획전 '조선 병풍의 나라'를 개막했다.

 

[주요 작품 소개]

01.<헌종가례진하도8폭병풍>, 1844년, 비단에 채색, 경기도박물관, 보물 제733-2호/ <King Heonjong’s Wedding Celebration>

1844년 10월 18일 남양홍씨 재룡의 딸을 계비로 책봉하고 4일후 경희궁 숭정전에서 있었던 진하례를 그린 계병(契屛)이다. 첫째 폭에 헌종의 외삼촌이자 신정왕후의 오빠인 예문제학(藝文提學) 조병구(趙秉龜, 1801~1845)가 쓴 하례교문(賀禮敎文)이, 마지막 폭에 이 행사에 참석하고 계병을 함께 제작했던 선전관(宣傳官) 인물 25명의 좌목(座目)이 기록되었다. 선전관은 무관으로 왕명을 전하는 일을 하였으며 당시 정원이 25명이니 전체 인원이 계병의제작에 참여한 셈이다. 좌목 인원수에 따라 25점의 병풍이 제작되었을 것으로 짐작되나 현재 전해지는 것은 본 작품을 포함하여 국립중앙박물관, 동아대박물관소장본 뿐이다. 이들 세 병풍은 인물의 복식과 포치, 의장물 등에서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전체적인 구성과 표현양식은 동일하다. 2폭부터 7폭까지 여섯폭을 전체 화면으로 삼아 창덕궁 인정전에서 시행된 진하례를 묘사하였다. 진하례가 실제 행해진 숭정전이 아니라 창덕궁 인정전을 그린 것은 19세기 진하례도의특징이라 한다. 인정전 마당에는 문무 백관이 부복해 도열하였고 일월오봉병이 둘러쳐진 어좌 앞에 하례의 글을 올리는 문관들이 있다. 어좌한계단 아래 좌우로 시위하고 있는 인물들이 선전관이다. 건물은 평행사선법으로 배치하고 부감시를 적용하여 그렸다. 화면 오른편에 인정전의 석문(石門)과 왼편에 금천(禁川)을 그려넣어 사실성을 더했다.

02. <홍백매도8폭병풍>, 유숙, 1868년, 종이에 수묵, 개인소장,보물제1199호 / <Plum Blossoms>

혜산(蕙山) 유숙(劉淑, 1827~1873)은 조선말기에 활동했던 화원화가이다. 1861년 철종(哲宗)의 어진(御眞) 제작에도 참여할 정도로 뛰어났던 화원으로, 추사 김정희의 문하에서도 활동하며 지도를 받기도 하였다. 화면에는 우측 괴석 위에 있는 두 그루의 매화나무와 가지에 피어난 홍백의 꽃을 표현되었다. 나무줄기에는 곳곳에 녹색의 태점(苔點)을 찍어 그림의 장식적인 면을 강조하였다. 원래 매화 그림은 선비의 절개와 고고한 이상을 나타내는 사군자 주제 중 하나로 조선시대 전 시기에 걸쳐 즐겨 그려졌다. 그러나 이 시기 매화 그림은 유숙의 매화도와 같이 병풍 형식의 장식성을 강조한 형태가 유행하게 된다. 이는 당시화단에 활발하게 유입되었던 청대 화풍의 영향 속에서 비롯되었다고 볼 수 있으나, 매화라는 주제가 사군자의 하나로 선비들의 이상을 상징하는 것에서 공간을 장식하기 위한 것으로 의미가 바뀌었다는 것과 관련이 있다. 이 작품은 유숙이 남긴 거의 유일한 매화도 병풍이라는 점에서 미술사적으로도 더욱 중요시된다. 화면 좌측 하단에 쓴 제시(題詩)는 명나라 예경(倪敬)의 「제고어사소장매화도 (題顧御史所藏梅花圖)」에서 따온 것이며, 뒤이어 1868년 11월 겨울비가 내리는 길상실(吉祥室)에서 그렸다는 제발이 있어 작품의 제작경위는 물론 분위기까지 파악할 수 있다.

03.<전이한철필어해도10폭병풍>, 19세기 후반, 종이에 수묵, 서울역사박물관, 서울시 유형문화재 제170호 / <Fish and Crab>

어해도(魚蟹圖)는 한자 그대로는 ‘물고기와 게’만을 그린 그림을 말하지만 일반적으로 모든 물고기 그림을지칭한다. 약동하는 생명력과 풍요로움을 상징하는 물고기는 다양한 기복적인 의미가 더해져 예부터 많이그려졌다. 이 그림은 작가의 인장, 화기는 없지만 제발의 내용과 화풍을 통해 조선 말기의 화원화가 희원이한철(1808~1893 이후)의 작품으로 추정된다. 전서체의제발에는월주이시랑이윤부마의구저를 사들여그곳에 살다가 명화를 얻었는데 그것은 이한철이 그린 어해도 한 폭이며, 이는 지금(乙酉年, 1909)으로부터30년 전 그려진 것으로, 이 제발을 쓴 사람은 성재 김태석이라고 기록되어 있다. 이를 통해 1879년경 이한철이그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림에는 도미, 송어, 황복, 쏘가리, 병어, 대구, 잉어, 조기, 전복, 새우, 게, 메기, 숭어,피라미, 총 14종의 어종이 등장한다. 물고기들은 대체로 윤곽선 위주의 구륵법을 사용하였고 비늘 하나하나를매우 사실적으로 표현하였다. 수묵의 농담 변화를 극대화한 암석을 화면 상하좌우에 모두 배치하여 가운데로시선을 모은다. 이전의 어해도들이 소품으로 제작되었던 것과 달리 조선 말기 직업화가들에 의해 제작된 어해도는기복호사의 장식성이 증가하는 19세기 화단의 경향을 반영하여 연폭의 대형 병풍으로 제작되었고, 이는 민화로도저변화되었다.

04.<기성도8폭병풍>, 19세기, 종이에 채색, 서울역사박물관, 서울시 유형문화재 제176호/ <Pyongyang>

기성도(箕城圖)는 평양성 일대 풍경과 평안감사 행렬을 담은 그림이다. ‘기성’은 고대에 기자(箕子)가 평양에서 정전(井田)을 경영하였다는 고사에서 유래된 평양의 별칭이다. 평양 도시의 성장, 회화식 지도의 발달, 실경산수화의 유행 등 18세기 사회의 변화된 분위기에 힘입어 제작이 성행하였다. 기성도는 평안감사 윤두수가 1590년에 간행한 『평양지』의 <평양관부도(平壤官府圖)>에 연원한다. 동쪽에서 서쪽을 내려다보는 부감시로 장대한 경관이 한눈에 들어온다. 1-2폭에는 북성을, 3-5폭에는 내성, 즉 평양성의 중추가 되는 시가지를 담았다. 6폭에는 중성을, 7-8폭에는 기자 정전의 옛터로 전해지던 외성을 담았다. 중앙의 시가지는 대로로 질서정연하게 구획되었고 선화당, 대동관 등 관서와 누정, 민가가 밀집되어 있다. 하단에는 대동강과 소나무숲이 길게 이어지며 양각도, 능라도가 보인다. 수묵과 담채, 진채를 적절히 사용하였으며 연분홍 복사꽃은 완연한 봄기운을 드러낸다. 강 위에는 70여 척의 행렬단이 장관을 이룬다. ‘상선(上船)’이라고 묵서한 정자선(亭子船)에는 평안감사가 탄 것으로 여겨지는데 장막 안에 놓여진 2개의 인궤(印櫃)를 통해 그 권위를 느낄 수 있다. 이 그림은 실존 인물의 행적을 그린 것은 아니며 정형화된 구성과 표현을 통해 19세기 화원화가의 작품으로 생각된다. 감상화를 넘어 평양의 자연•인문지리적 정보까지 담고 있어 사료로서의 가치가 매우 크다.

05.<요지연도8폭병풍>, 19세기, 비단에 채색, 경기도박물관, 경기도 유형문화재 제192호 / <Immortal’s Feast on Yoji Pond>

서왕모(西王母)가 곤륜산에 위치한 요지(瑤池)에서 복숭아가 열리는 삼천년마다 여러 신선들을 초대하여 벌인 잔치를 그린 그림이다. 8폭 전체를 한 화면으로 사용하여 요지연(瑤池宴)을 묘사하였다. 잔치에 초대된 인물은 『목천자전』에 서왕모와 짝으로 나오는 주목왕(周穆王)과 도교의 신선인 이철괴(李鐵拐), 여동빈(呂洞賓), 남채화(藍采和), 마고선녀(麻姑仙女), 수노인(壽老人) 등이다. 1, 2폭에는 소를 타고 오는 노자(老子)와 사슴을 타고 오는 소선공(蘇仙公)을 그렸고 3, 4폭에 복숭아가 열린 정원에 앉아있는 서왕모를 그렸다. 그 좌측 5, 6폭에는 서왕모를 마주한 주목왕이 천녀들의 연주와 춤을 감상하고 있는 장면을 그렸다. 7, 8폭에는 잔치에 초대받은 여러 신선과 부처가 바다 물결 위에 표현되었다. 두루마리나 족자로 제작된 중국의 요지연도와 달리 조선의 요지연도는 병풍으로 많이 제작되었고, 인물의 구성도 중국 요지연도에 나오는 도교의 신선들 뿐 아니라 7폭 상단에 그려진 부처와 사천왕상과 같이 불교적 도상이 추가되는 조선적 특징이 드러난다. 요지연도는 복숭아, 곤륜산, 신선 등의 구성 요소로 인해 상서로운 의미를 지닌다고 여겨졌기 때문에 19세기 이후 궁궐혼례에 사용되었다. 그러나 임금의 자리인 어좌를 장식한다거나 세자 책례후 관료들이 계병으로 제작하기도 한 예를 볼 때 단지 길상의 의미에 그치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06.<금강산도10폭병풍>, 19세기, 종이에 수묵, 개인소장 / <Geumgang Mountain>

금강산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명산이다. 예로부터 불교와 도교의 성지로 여겨졌으며, 자연의 오묘한 조화가응집된 지상의 낙토(樂土)로 숭배되었다. 이 때문에 금강산은 옛부터 회화의 주요 주제가 되었다. 금강산도는이미 고려 때부터 그려졌다는 기록이 존재하며, 겸재(謙齋) 정선(鄭敾, 1676~1759)에 이르러서는 당시유행하던 진경산수화, 여행문화와 맞물려 많은 수가 제작되었다. 19세기 이후 일반 회화에서는 쇠퇴하게되는데, 이를 민화에서 계승하여 많은 금강산도가 그려졌다. 이는 금강산이 많은 사랑을 받았기도 했지만,민족의 영산(靈山)으로 인식되면서 산악숭배와 신선신앙, 민간설화 등의 민간 신앙들과 결합하여 길상성이강화되었기 때문이다. 이 작품은 현재 남아 있는 민화 금강산도와 비교하여 압도적으로 큰 화면이면서도 상세한묘사가 돋보인다. 일반적인 민화들과 다르게 먹으로만 표현하였고 주요 지명만 붉은 색으로 썼는데, 이는 이작품이 장식성이나 상징성을 보여주기보다는 금강산의 전경과 해설에 집중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마면봉(馬面峰), 우두봉(牛頭峰)을 각각 말과 소의 형상으로 그려놓은 것이나 봉우리들을 사람처럼 표현한 것등은 민화 금강산도에서 흔히 보이는 모습이라 주목된다. 금강산도가 일반회화에서 민화로 넘어가는 과도기적작품으로, 작품의 크기나 필력(筆力)이 상당하여 금강산도 연구에 중요한 자료가 되고 있다.

07.<해상군선도10폭병풍>, 19세기 말~20세기 초, 비단에 채색, 아모레퍼시픽미술관 / <Daoist Immortals Crossing the Sea>

해상군선도는 송원대 이후에 중국에서 확립된 화목(畵目)으로, 서왕모(西王母)의 요지연(瑤池宴)에 참석하러 가는 여덟 신선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조선 후기 김홍도(金弘道, 1745~1806)가 신선 그림에 출중하였다고 전해지는데 이후의 신선 그림은 대체로 김홍도의 신선 그림을 모본으로 하여 제작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화면은 오른쪽부터 수노인(壽老人), 황초평(黃初平), 삼선도(三仙圖), 자염도사(紫髥道士), 삼성도(三星圖), 한상자(韓湘子), 조국구(曺國舅), 장과로(張果老)를 묘사했고 각각의 기물이나 복장을 통해 유추 가능하다. 남극성을 의인화한 수노인은 주로 도복을 입고 사슴과 함께 등장하며 양치기 출신인 황초평은 신선이 된 후에도 양과 함께 나타난다. 동화자(東華子), 종리권(鍾離權), 여동빈(呂洞賓)은 전진교(全眞敎)의 도통을 잇는 사승관계로 삼선도로 묶여 그려지는 주제이다. 대체로 종리권은쌍상투를 틀고 옷을 풀어헤쳐 배를 내민채 부채를 들고 있으며 여동빈은 유건(儒巾)을 쓰고 도검을 들고 있는 모습이다. 퉁소를 연주하고 있는 어린 소년은 한유(韓愈, 768~824)의 조카인 한상자이며, 관복을 입고 딱따기를 든 조국구와 가장 연로한 신선인 장과로 역시 화면의 왼쪽에서 살펴볼 수 있다. 이 병풍은 고종황제가 독일 마이어상사(世昌洋行)의 조선 지사장인 칼 안드레아스볼터(Carl Andreas Wolter, 1855~1909)에게 하사한 것인데, 필치, 김홍도의 신선 그림 도상 활용도, 화풍을 보면 도화서에서 제작하였음을 알 수 있다. 고종은 독일로 돌아갈 때에 안전하게 귀환하고 건강하게 살기를 바라는 마음을 이 병풍에 담아 독일로 귀국하는 볼터에게 선물하였다. 그 후 볼터는 그의 딸 마리온볼터에게 이 병풍을 물려주었고 그녀는 다시 그의 딸 예거후버에게 이 병풍을 남겼다. 이 병풍이 다시 조선으로 돌아갈 수 있기를 소망했던 어머니의 유언에따라 예거후버 여사는 3대에 걸쳐 지켜온 한국의 문화재를 세상밖으로 내놓게 되었다. 2013년 아모레퍼시픽미술관에서 긴 여정을 마무리하게 된 이 병풍은 1년 6개월 동안의 수리 복원을 통하여 제작되었을 당시의 화려하고 아름다운 모습을 되찾게 되었다.

08.<고종임인진연도8폭병풍>, 1902년, 비단에 채색, 아모레퍼시픽미술관/<Royal Banquet in the Imin Year during Emperor Gojong’s Reign>

이 병풍은 1902년 11월에 진행된 조선의 마지막 궁중 연향을 묘사한 그림이다. 덕수궁에서 열린 임인년(壬寅年)의 연향은 고종의 망육순(望六旬, 51세)과 즉위 40주년을 송축하기 위한 것으로 국가의 존폐 기로에서 황실의 권위를 세우고자 한 마지막 시도이기도 했다. 동일한 내용의 병풍이 국립고궁박물관에도 소장되어 있으며, 8폭의 좌목(座目)으로 보아 이 작품은 진연청(進宴廳)에서 기록을 목적으로 만든 계병임을 알 수 있다. 화면은 오른쪽부터 군신(君臣)이 참여하는 외진연(內進宴), 왕실의 구성원이 중심이 되는 내진연(內進宴), 밤에 열렸던 야진연(夜進宴), 행사 다음날 황태자가 베풀었던 익일회작(翌日會酌)으로 11월 연향이 시간 순서대로 담겨져 있다. 외진연 화면에는 시대적 특성이 고스란히 반영되어 있는데, 같은 해 대한제국의 정전(正殿)으로 완공된 중화전(中和殿)에 서양식 제복을 입고 도열한 신식군대와 태극기를 찾아볼 수 있다. 내진연 화면에는 명성황후의 부재로 고종과 황태자의 자리만 그려져 있으며, 야진연은 밤이라는 시간적인 특징을 나타내기 위해 곳곳에 호롱불과 유리등을 묘사하였다. 7폭은 황태자가 중심이 되는 다음날의 마무리 연향을 그린 것으로, 화면 중간에 검기무(劍器舞)를 추는 여령(女伶)들이 있다. 검기무는 민간에서 유행하던 검무가 궁중 연향에 편입된 것으로 1795년 혜경궁홍씨의 회갑잔치 그림에 처음 등장하여 마지막 연향인 임인년 진연에까지 꾸준히 그려졌다. 이 병풍은 화면의 내용 외에도 당시의 병풍 장황이 고스란히 남아있어서 궁중 병풍의 원형을 살펴볼 수 있는 중요한 가치를 가지고 있다.

09.<태평성시도8폭병풍>, 18세기 말~19세기 초, 비단에 채색, 국립중앙박물관 / <The City of Supreme Peace>

성(城)으로 경계 지워진 공간에서 2,100여명 정도의 인물들이 활동하는 장관을 그린 도시풍속화이다. 가로로 길게 포진한 상점과 번화가가 화면의 대부분을 차지한 가운데 오른쪽 언덕에서는 소규모 아회가 벌어지고 왼쪽 성문 건너에서는 농경과 무예훈련이 한창이다. 화려한 건물과 번창한 상점, 수레가 가득한 도로를 배경으로 결혼과 장원급제 행렬과 같은 전통시대 이상적 삶이 표현되었으며, 각종 수공업과 상업 활동에 종사하는 인물들이 적극적으로 그려졌다. 인물들은 중국식 복식을 하고 있지만 그 활동 내용은 조선적인 상황과 생활양식으로 완전히 변모되었다. 상점가를 주로 그린 중국 <청명상하도(淸明上河圖)> 전통과 비교해 보면 <태평성시도>의 구성이 훨씬 풍부하고 복잡해졌다는 것을 알 수 있으며, 횡권(橫卷)의 형태로 유행했던 <청명상하도>와 달리 병풍으로 제작되어 많은 사람들이 동시에 볼 수 있는 전시적인 성격이 강해졌다는 차이가 있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중국을 방문한 조선사행단의 첨단적인 견문이 상당히 담겨 있다는 점이다. 또한 하천의 바닥을 파내어 물의 흐름을 원활히 하는 준천(濬川) 장면과 정조(正祖, 1776-1800재위)의 화성(華城) 성역(城役) 사업 시 사용된 기구인 녹로(轆轤)가 등장하는 등 당대 현실상황을 반영한 점을 주목할 수 있다. 많은 인물과 물상을 섬세한 필치로 그려 넣어 가상의 이상도시를 표현한 이 병풍은 상당한 경제적 후원이 있어야 가능한 작업이었다. 농업활동보다는 인공적인 건축물을 배경으로 활발하게 상품을 매매하고 풍족하게 소비와 유흥을 즐기는 이러한 <태평성시도>의 모습은 새로운 도시상을 지향하던 이들에게 이상적인 모습으로 제시되었을 가능성이 있다.

10.<일월오봉도8폭병풍>, 19세기~20세기초, 비단에 채색, 국립고궁박물관/<The Sun, Moon and Five Peaks>

일월오봉도는 다섯 개의 산봉우리와 붉은 해, 하얀 달 및 물결과 소나무 등의 도상으로 구성된 그림이다. 의궤 등 조선시대 문헌기록에는 ‘오봉도(五峯圖)’, 또는 ‘오봉병(五峯屛)’이라는 명칭으로 가장 많이 언급되었다. 일월오봉도는 조선시대 국왕의 권위를 가장 직접적으로 상징하는 그림으로, 실내외를 막론하고 임금이 자리하는 곳은 일월오봉도가 배경이 되었으며, 오로지 국왕만이 이를 사용할 수 있었다. 일월오봉도의 도상은 지배자의 복식을 장식하는 문양으로 중국 고대에서부터 사용되었던 일, 월, 성신(星辰), 오악(五嶽) 등을 포함한 십이장(十二章) 또는 『시경(詩經)』 「소아(小雅)」 편 ‘천보(天保)’에 등장하는 군주의 덕성을 상징하고 보호하는 각종 자연물들과 관련이 있다.일월오봉도는 궁궐의 가장 중요한 의례 공간인 정전(正殿)이나 임금의 평상시 집무 공간인 편전(便殿) 뿐 아니라 궁궐 밖에서 의례를 행하기 위해 임시로 조성되는 공간에도 국왕이 자리하는 곳에 반드시 설치되었다. 또한 돌아가신 왕의 시신과 신주(神主) 및 왕의 초상화인 어진(御眞) 역시 일월오봉도 앞에 모셨으므로 일월오봉도는 국왕의 권위와 항상 함께하는 의장물로 기능하였던 것을 알 수 있다. 국립고궁박물관에는 궁궐에 전해져 온 여러 점의 일월오봉도가 소장되어 있는데, 도상과 화법은 동일하나 설치되는 장소에 따라 4폭・6폭・8폭 등의 접이식 병풍, 액자 형식의 그림을 별도의 받침대에 끼워 세우는 삽병(揷屛), 네 짝으로 구성된 창호(窓戶) 등 형태가 다양하다.

11.<낙화소상팔경도10폭병풍>, 20세기 초, 종이에 낙화, 국립민속박물관 / <Eight Views of the Xiaoxiang>

중국호남성(湖南省) 동정호(洞庭湖) 부근의 소수(瀟水)와 상수(湘水)가 합쳐지는 곳의 아름다운 여덟 경치(瀟湘八景)를 낙화(烙畵)로 제작한 병풍이다. 소상팔경도는 감성을 자아내는 경치로 그림 뿐 아니라 문학작품의 소재로도 애호되었다. 대개 어촌의 석양(漁村夕照)(2폭), 안개 낀 산사의 저물녘 종소리(煙寺暮種), 먼 포구로 돌아오는 배(遠浦歸帆)(4폭), 봄기운에 싸인 산촌 풍경(山市靑嵐)(5폭), 먼 산사의 종소리(遠寺晩鐘), 모래밭에 내려앉은 기러기(平沙落雁)(7폭), 소상강의 밤비(瀟湘夜雨)(9폭), 동정호의 가을 달(洞庭秋月)(8폭), 산천에 해질녘 내리는 눈(江天暮雪)(10폭)의 여덟 가지 주제로 구성된다.(교정자: 이상 다른 소상팔경도와 내용 중복, 차후 도록 수록 순서에 따라 생략가능) 이 작품은 기존의 여덟 주제에서 원사모종이 한사모종(寒寺暮鍾)(3폭)으로 대체되고 여기에 ‘황릉에 우는 두견새(皇陵啼鵑)(1폭)’와 ‘창오의 저물녘 구름(蒼梧暮雲)(6폭)’이 추가된 10폭으로 구성되어 있다. <소상팔경>은 조선 후기 가사문학에 중요한 소재로 자주 사용되어 왔고, 판소리에도 다양한 모습으로 등장한다. <소상팔경도>에서 기존 주제의 변모나 새로운 주제의 등장은 이러한 문학과 판소리의 영향이다. 등고선을 세로로 늘려 놓은 듯한 선으로 높고 깊은 산세를 화폭 가득 그리고, 깊은 골짜기로 쏟아져 내리는 계곡물, 뭉개 뭉개 피어나는 물거품, 골짜기 사이로 낚시하는 사람들, 줄지어 돌아오는 어선들, 쏟아지는 빗줄기에 흔들리는 갈대 등을 속도감 있게 표현하였다. 붓이 아닌 가느다란 철필이나 인두를 달궈 종이의 표면을 태워 그렸다.

12. <백납도10폭병풍>, 19세기, 비단에 채색, 삼성미술관 Leeum / <Hundreds of Paintings>

백납도(百衲圖)는 갖가지 모양과 주제의 여러 작은 그림들을 그려 병풍에 붙이거나, 병풍 면에 작은 화면들을 구획한 후 그림과 글씨를 그려 넣은 것을 말한다. 이러한 형식은 19세기 이후 유행했는데, 일반회화에서 비롯되었으나 민화에서 특히 많이 그려졌다. 백납도병풍은 여러 종류의 서화에 대한 관심에서 출발한 것으로 하나의 병풍에 다양한 이미지를 수집, 조합하고 재배열하여 감상하는 박물학(博物學)적 태도 및 수장(收藏) 문화와 깊은 연관이 있다. 백납병에 들어가는 작품의 종류도 상당히 다양하다. 산수나 인물화는 물론 화조영모, 사군자, 풍속, 기명절지, 서예까지 다양한 주제들로 구성되어 한꺼번에 많은 화목(畵目)들을 감상할 수 있도록 하였다. 이 작품 또한 이러한 문화적 환경 아래 제작된 것이다. 총10폭에는 폭당 4~6점씩 구획을 하고 각종 그림들을 그려 넣었다. 그러나 내용면에서는 일반회화 백납병과는 차이를 보인다. 일반회화는 산수, 산수인물, 사군자 등 문인화에 가까운 주제가 주를 이루는 반면 이 작품에는 화조영모, 어해화가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책거리나 십장생같이 민화에서 유행하던 주제나 호랑이, 용 등 길상성을 지닌 작품들도 그려져 민화 백납병만의 독특한 특징을 보여준다. 이러한 특징은 백납병이 민화 장르로 변화하면서 당시 민간에 유행하던 주제들이 이입되는 것과 관련이 깊다.

13. <금니노안도6폭병풍>, 19세기, 비단에 금니, 이화여자대학교박물관 / <Geese and Reeds>

석연 양기훈은 19세기 후반에서 20세기 초 평양을 거점으로 활동한 화가로, 특히 노안도 분야에서 자신의 재능을 드러냈다. 노안도는 노안(蘆雁)의 발음이 노안(老安)과 같아 노후의 평안을 기원하는 길상적인 의미가 더해지면서 더욱 유행하게 된다. 이 작품은 검은 비단에 금니(金泥)로 기러기와 갈대를 그린 병풍으로, 원래 10폭이었으나 두 폭씩 이어 현재의 모습으로 다시 장황(粧潢)한 것으로 생각된다. 화면 우측언덕 갈대 숲에는 줄지어선 기러기들이 낙하하는 기러기들을 응시하고 있다. 하늘에서 땅으로 내려앉는 기러기들은 매 순간의 동작을 그려 넣어 마치 눈앞에서 착지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병풍 왼편의 화제(畵題)에서도 이러한 기러기들의 움직임에 대해 언급하였는데, “내려앉을 땐 파책(波磔)의 형세가 나오고(下時波勢出) 날아오를 때는 군진의 대형을 갖추네(起處陣形分)”라는 내용이다. 이 글은 당나라 소주(蘇州) 출신의 시인 고비웅(顧非熊, 796~854)이 쓴 5언 율시 「기러기[雁]」의 3, 4구이다. ‘파세(波勢)’는 영(永)자 필법의 제 8획 파책(波磔)을 의미하는 것으로 기러기가 내려앉는 리드미컬한 모습을 서예의 파책 운필에 비유한 것이다. 화제 옆으로 ‘패상어인(浿上漁人) 석연 양기훈(石然楊基薰)’이라는 자신의 호와 이름을 적고 ‘석연(石然)’, ‘양기훈인(楊基薰印)’을 새긴 인장을 찍어 그림을 완성하였다. 화려한 금니의 필치가 돋보이는 아름다운 작품이다.

[아모레퍼시픽미술관 소개]

아모레퍼시픽미술관은아모레퍼시픽의 창업자 서성환(1924~2003) 회장이 한국의 전통을 지키고 알리기 위하여 여성, 화장, 녹차와 관련된 공예품과 도자기를 수집하며 출발하였다. 1979년 태평양박물관을 개관하여 활동을 시작하였고, 30년이 지난 2009년에는 아모레퍼시픽미술관(APMA, Amorepacific Museum of Art)으로 명칭을 변경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동양과 서양의 고미술과 현대미술을 아우르는 미술관으로 전시와 연구, 출판, 지원사업 등 미술문화 발전을 위한 활동을 지속해 왔다.

2018년 서울 용산아모레퍼시픽그룹 본사에 아모레퍼시픽미술관이 새롭게 문을 열었다. 새롭게 개관한 미술관은 ‘예술’이라는 인류공통의 언어로 미술관, 작가, 관람객이 소통하는 광장이며 모두에게 개방된 공간이다. 1층에는 미술관 로비와 뮤지엄샵, 그리고 전시공간인 ‘APMA 캐비닛’, 세계의 전시도록 라이브러리인 apLAP(amorepacific Library of Art Project) 등 다양한 시설을 갖추고 있다. 지하의 7개 전시실에서는 한국의 고미술과 현대미술, 해외미술을 아우르는 다채로운 전시와 이야기가 펼쳐질 것이다.

아모레퍼시픽그룹 본사는 영국의 세계적인 건축가 데이비드치퍼필드(David Chipperfield)의 작품이다.데이비드치퍼필드는 빌딩 숲으로 둘러싸인 도심 속에 그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은 아모레퍼시픽 본사만의 특이성(Singularity)이 담긴 아름다움을 표현하고자 했다. 수직적으로 높거나,여러 동의 건물이 아니라 단아하고 간결한 형태를 갖춘 단 하나의 커다란 볼륨을 가진 건축물로,화려한 기교 없이 절제된 아름다움을 지니면서도 편안하고 풍부한 느낌을 주는 백자 달항아리의 아름다움을 연상시킨다. 관람객들은 데이비드치퍼필드의 작품인 아모레퍼시픽미술관에서 한국과 해외의 미술품이 만나는 전시를 경험할 것이다. 새로운 경험은 신본사의 야외정원과 5층 루프가든으로 확장되며, 이곳에서 세계적인 작가 올라퍼엘리아슨(OlafurEliasson)과 레오빌라리얼(Leo Villareal)의 대형 설치작품과 마주하게 된다.

아모레퍼시픽미술관은 우리나라와 세계 미술문화 발전에 기여하고자 한다. 우리의 전통미술과 현대미술을 국내외에 널리 알리고 해외미술의 새로운 경향을 소개하며 연구, 지원하는 일련의 활동을 열심히 지속해 나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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