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 인터뷰] "우리 없인 박람회 안 돌아갈걸요?"
[월요 인터뷰] "우리 없인 박람회 안 돌아갈걸요?"
오송 화장품 뷰티 세계박람회... 자원봉사자 통역도우미 등 '당당한 조연들'
  • 엄정권 기자
  • admin@bkn24.com
  • 승인 2013.05.06 08: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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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송=엄정권 기자] 큰 행사가 구석구석 돌아가려면 보이지 않는 손길이 필요하다. 찾는 사람을 편하게 하고, 보는 사람을 더욱 즐겁게 만드는 이들. 바로 자원봉사자, 통역 도우미 등이 그들이다. 오송 박람회 현장에서는 이들이 있어 하루를 밝게 시작한다. 24일간 대장정에 들어간 오송 화장품 뷰티 세계박람회는 이들의 따뜻한 한마디, 부드러운 손짓에 성공 여부가 달려있다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자원봉사자 심희호 할머니

♯1 5월 3일 오송 화장품 뷰티 세계박람회 개막일. 오송박람회장 생명뷰티관의 출구에 정물처럼 벽에 걸린 듯, 그러나 희미한 미소에 단정한 옷차림이 비로소 그의 역할을 말해준다. 심희호 할머니. 올해 일흔.

청주시 복대1동 동사무소를 통해 자원봉사자로 ‘선발’됐다. 심 할머니는 사실 봉사 베테랑. 몇 년 전부터 동네에서 노인정에 점심을 대접해 왔던 경력이 이번 오송박람회 자원봉사자로 스카우트 된 것. 자원봉사센터에서 나름대로 교육도 받았다. “무슨 교육 받으셨어요?‘ ”서너 차례 받았는데, 어떻게 손님들에게 인사하는지, 안내는 어떻게 하는지, 뭐 그런 거 받았죠“

 

아까 건넨 기자의 명함을 자꾸 들여다본다. 낯선 사람에 대한 경계가 아니라 마땅히 손을 어디에 둬야 할지 고민되는 모습이다. 할머니가 영문으로 된 기자의 회사 이름을 알리 만무하다. 기자라는 사람도 처음이란다. “수고비는 하루 얼마나 받으세요?” “뭐, 조금요” “얼마나요?” 기자의 추궁하는 버릇이 ‘경로’보다 우선해 발동했다. 하루 1만2천원 받는다고 한다.

왕복 교통편은 셔틀버스를 이용하고 점심은 싸와서 먹는다니, 어르신 하루 벌이로는 괜찮은 편이라고 한다. 종일 서 있어서 힘들지만 견딜만하기에 힘든 ‘노동’은 아니다.

그나마 ‘벌이’가 박람회 기간 24일 내내 있는 게 아니다. 박람회장 곳곳을 보면 허리 굽은 어르신 자원봉사자도 많다. 그만큼 ‘취업 경쟁’이 심하다는 뜻. 그래서 3교대로 해 8일만 근무한다. 그리고 한 곳에만 있는 게 아니라 순환 근무다. 오늘은 생명뷰티관, 내일은 뷰티체험관 하는 식이다.

할머니에게 현장에서 제일 중요한 일이 뭐냐고 물었다. 옆에 있는 헤드폰을 가리킨다. 영문 자막이 뜨는 영상물의 통역 헤드폰이다. 잃어버리지 않도록 잘 보라고 ‘담당자’가 당부한 모양이다. 
기자가 수첩을 접으며 허리 숙여 인사했다. 할머니는 기자보다 허리를 더 숙였다.

중국어 통역 도우미 조희진씨

♯2 뷰티산업관 한켠 부스. 흰색 모자, 흰 블라우스에 자주색 스커트를 입고 매끈한 다리를 가지런히 모은 예쁜 젊은 여성들이 눈길을 끈다. 박람회 참여 업체와 해외 바이어의 통역을 돕는 도우미들이다. 맨 앞에 앉은 조희진씨를 기자가 인터뷰 대상으로 찍었다. ‘작업’ 시작이다. 무조건 소매를 끌어 옆 테이블 의자에 앉혔다.  “10분만 시간 내 주세요”기자의 청에 “바쁜데...”하면서도 사진은 찍지 말라고 당부한다. 나이는 순순히 밝힌다. 스물다섯. 집은 서울.

 

기자가 속사포처럼 물었다. 대학에서 중국어를 전공하고 중국 심양에서 교환학생으로 2년 다녔다고 한다. 전문 용어는 아직 미흡하지만 일상 대화는 문제없는 수준. 도우미 경력도 조금 있다. “오늘은 몇 군데 통역했어요?” “한 3, 4곳 했어요.” “어렵지 않아요?” “특별히 어려운 건 없는데 염색약 성분이 어떻고 비율이 어떻고 하는데 조금 어려웠어요.”

통역 도우미는 일단 전화 면접을 거쳤다. 조씨도 인력파견업체를 통해 ·중국인과 통화를 하고나서야 합격했다. 5대1이 넘는 경쟁률을 뚫고. 그리고 이틀 동안 박람회 의미, 전반적인 박람회 얼개, 메이크업, 바이어 응대 요령 등을 배웠다.

“보람도 있겠어요” “아직 ‘보람’까지는 잘 모르지만 업체 분들이 고마워하는 모습을 보면 기분이 좋아져요.”박람회 기간 24일 중 6일 근무 하루 휴식이다. 그러면 숙식은 어떻게. 도우미들이 전국 각지에서 오다보니 오송 외곽 무슨 연수원 같은 곳에 함께 기거한다고 한다. 수입은 얼마나 될까. ‘일당’으로 치면 두 자릿수 턱걸이다. 일반 행사 도우미보다 많은 편이라고.
 
이곳 부스에는 영어, 일어, 중국어 도우미들이 배치돼 있다. 갑자기 누군가 중국어 통역을 찾는 바람에 조씨가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 기자는 황급히 휴대전화를 꺼내고 조씨가 신신당부하던 약속을 어기고 카메라에 담았다. “인증샷이에요”
아뿔싸, 키를 안 물어 봤다. 늘씬한 뒷모습을 보니 170은 넘어 보였다. 하이힐에 얹힌 뽀얀 종아리의 적당한 살집이 보기 좋게 흔들렸다. 

소풍 나온 여고생 이주희 최주연

♯3 학창 시절 학교만 벗어나도 좋았다. 하물며 소풍이라면 더욱 신나는 일. 박람회장으로 소풍 온 여고생을 만났다. 벤치에 앉아 재잘거리던 두 소녀는 청주 대성여상 1학년 이주희, 최주연. “어머, 인터넷에 뜨는 거에요? 사진은 절대 안돼요” 기자가 명함을 주고 회사 소개를 하니 손사래를 치면서도 마냥 웃는다. 말똥 구르는 것만 봐도 웃는다는 여고생들 아닌가. “구경 많이 했어요?” “네, 거의 다 봤어요. 스탬프도 많이 찍었어요. 체험도 하구요.”

 

“무슨 체험이요?” “피부측정을 했는데 잘 안 나왔어요” “관리를 잘 하라는 뜻이겠죠”. 기자가 위로를 겸해 말하니 “아니야요, 이거 잘 못 나온 거에요. 원래 이렇지 않아요.” 기자가 머쓱해졌다. 말하는 중간에도 연신 다리를 흔들고 휴대폰을 만지작거리고 정신이 하나도 없다. 그러면서 한류문화관에서 탤런트와 찍은 사진도 보여 준다.
이주희 학생 얼굴에 화장기가 가득하다. “학생인데 그렇게 화장해도 돼요” “그럼요. 요새 화장 안하는 애들 없어요. 초딩도 다 해요” “그래 무슨 제품 써요” 물음에 립스틱을 바알갛게 바른 입술에서 브랜드숍 이름이 줄줄 나온다. “학생들이 무슨 돈 있나요. 싼 게 최고죠” 그래도 품질은 만족하는 눈치다.

“박람회장 둘러보니 어때요” 기자가 업체 관계자에게 묻 듯이 버릇처럼 말하고 말았다. 화장품박람회는 처음 구경 나온 여고생에게는 적당치 않은 질문이다. “뭐 그냥 다 좋아요. 넓고 잔디도 좋고요. 구경거리도 많고요. 연예인도 만나고요” 그러나 그들에겐 이제 막 중간고사가 끝난 게 가장 좋을 것이리라. 둘은 물어볼 게 더 있다는 기자를 뿌리치고 손을 잡고 어디론가 폴짝폴짝 뛰어 갔다. 

-아름다움을 디자인하는 뷰티코리아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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