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 인터뷰] 화장품 연구원들 ‘인문 소양’ 길러야 한다
[월요 인터뷰] 화장품 연구원들 ‘인문 소양’ 길러야 한다
박수남 화장품학회 신임 회장 “지금은 기술 융복합 시대… 화장품은 창조경제의 핵심”
  • 엄정권 기자
  • admin@bkn24.com
  • 승인 2013.05.20 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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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정권 기자] 선입견일까. 학자 교수들은 표정이 온화해 보인다. 서울서 멀리 떨어진 오송에서 본 그의  얼굴은 점심 식사를 즐긴 이후여서인지 한결 편안해 보였다. 박수남 화장품학회 회장. <사진> “무슨 할 말도 별로 없는데…여기까지 오시고…” 기자와 악수하는 손이 따뜻하다. 5월 14일, 학회 춘계 심포지엄이 있는 날이라 더욱 바쁜 그를 회의장 안으로 이끌어 겨우 인터뷰 모양새를 갖춘 ‘잠깐 대화’를 나눴다. 허락된 시간은 불과 20분.
학회를 잘 이끌어나가겠다는 상투적 인사말은 별로 귀에 들어오지 않는데 예상외로 통이 트인 한마디가 들렸다. 화장품 연구원의 인문적 소양을 강조하는 것 아닌가. 업계 마케팅 관계자에게나 또는 오너에게서나 듣던 ‘인문 소양’이다.

경영학 디자인 공부 함께 해야

 
“인문 소양이 왜 필요합니까.” 우문이었다.  “화장품 연구원들에게는 이론이나 연구개발만이 중요한 게 아닙니다. 화장품은 흔히 문화상품이라고 하지만 결국 소비자 선택을 기다리는 상품입니다. 그런 점에서 마케팅이나 디자인이 얼마나 중요합니까. 화장품 관련 교수들이 거의 이공계 쪽이지만 학문의 융복합이라는 추세에는 예외 없습니다.” 박 회장의 생각은 화장품에 관한 연구개발 노력이 단순히 책상이나 실험실에서 이루어지던 시대에서 벗어나 이젠 주변 학문은 물론 전혀 무관할 것 같은 학문도 접목해야 하는 시대라는 것. 그래서 지난 3월 정기총회 때도 ‘서양미술사의 이해’라는 특강 순서를 만들어 신선한 바람을 일으킨 바 있다. 회장에 선출되자마자 회원들에 주는 선물이자 화장품학회 변화의 신호탄이었던 셈이다.

얘기가 길어진다. “학문 융복합이 다양성을 위한 노력이라고 표현해도 좋은가요.” 질문에 역시 머뭇거림 없는 대답이다. “다양함은 목표가 아니라 수단이죠. 종사자들의 다양한 견해는 결국 소통입니다.” 다시 캐물었다. “그 다음엔요?” 박 회장은 “소통을 통해 아이디어를 발굴하고 창조로 이어지는 겁니다.” 그래서 박 회장은 학자 중심으로 된 회원만 관리하는 게 아니다. 비회원이라도 신문과 방송을 통해 또는 이런저런 만남으로 만든 인맥을 최대한 활용한다. 재직하고 있는 서울과기대 정밀화학과 학부 학생이나 대학원생들에게도 이같은 다양성, ‘인문 소양’을 갖춘 학문 융복합을 끊임없이 주문한다. 그래서 공모전에도 적극 나가라고 하고, 경영학 강의나 디자인 강의도 들으라고 한다.

한국 화장품연구수준 아시아 최고

박 회장은 얼마 전 인도네시아에서 열린 아시아화장품학회를 다녀왔다. “우리나라 화장품 연구 수준에 저도 놀랐습니다. 오럴 전체 88편 중 22편을 우리가 발표했고 포스터는 65편 중 32편이었습니다. 일본은 13편에 불과했습니다.” 양적으로도 가장 많았지만 업체 젊은 연구원들의 발표력은 상당한 수준이었다고 한다. 영어도 가장 잘했다고 박 회장은 덧붙인다. 한국에서 2017년 화장품학문의 올림픽이라는 국제화장품학회(IFSCC)가 열린다. 한국의 화장품 학문적 수준이 글로벌로 도약할 호기를 만난 셈이다.

박 회장은 학계 출신 첫 학회장이다. 학회 이사를 대폭 늘려 교수를 대거 자리에 앉혔다. 학회의 학술 측면을 강조하기 위함이며 학회지도 수준을 높이겠다는 복안이다. “이제 화장품학에 대한 인식이 크게 높아졌어요. 관련 학과도 늘었고 정부 측도 연구개발 지원에 나서고 있어 연구 분위기가 무르익어 가고 있습니다.” 이같은 분위기 조성은 화장품학의 문을 넓히는 효과가 있어 인접 학문 전공자들의 화장품에 대한 관심을 유도하고 있다. 사실 박 회장은 아모레퍼시픽 출신으로 업계를 누구보다 잘 알고 이해한다. 이러한 경력이 학자로서 폭 넓은 식견을 두루 갖추게 된 동력이 됐다. 그래서 마케팅이나 디자인에 대한 이해가 빠르고 중요성 또한 잘 아는 터다.

정부부처와 소통으로 제도 법규 이해 폭 넓혀

정부와 소통은 어떤가. 정책이나 제도에 대한 이해도 중요할 것 같다. “복지부나 식약청(처) 등에서도 저를 전문가 대우해주는 바람에 정부 인사를 오래전부터 많이 만났어요. 그러면서 제도와 정책에 대한 이해도 높아졌죠. 이것도 다양성이죠.(웃음)”
박 회장은 일주일에 절반은 외부 활동이다. 업체를 거쳐 대학에 몸담으면서 학회 활동을 꾸준히 해와 인맥이 엄청나다. 마당발이다. 핸드폰에 저장된 전화번호가 몇 개나 될까. “글쎄요, 오래전에 1천명을 넘었는데, 지금은 한 2천명 될까요?  하하 통신비도 엄청 나와요.”

“늘 학생들과 어울리니 젊어지시겠어요?” “아무래도 그렇죠, 생각이 젊어지니까요.” 나이가 궁금했지만 “요즘 나이 먹은 것이 무슨 벼슬입니까.” 박 회장 한마디에 입을 다물었다. 생각보다 달변이다. 

-아름다움을 디자인하는 뷰티코리아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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